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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드러나는 진실

여행에지치다 2025. 2. 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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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드러나는 진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지수의 부모님이 우리가 만나도록 조작했다는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도,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도, 결국 그들의 계획 안에 있었던 걸까?

"도대체 왜?" 지수의 목소리는 떨렸다. "왜 우리를 조종한 거예요? 그냥 가만히 두면 안 됐어요?"

김영석이 천천히 테이블을 두드렸다. "너희가 사랑한 건 진짜였다. 하지만 우린 네가 태민이와 함께 있어야만 했어. 그게 너희 부모로서 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함께해야만 한다고요? 처음엔 헤어지게 만들더니 이제는 함께하라고요?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요."

박혜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함께 있지 않으면, 둘 다 죽을 수도 있었어."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뭐라고요?"

지수 역시 경악한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엄마?"

김영석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진실을 말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너희 두 사람은 단순한 연인이 아니다. 태민아, 네 가족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나?"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가족? 나의 부모님은 어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기억 속에서 흐릿했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너희 부모님들은, 그리고 우리도, 오래전부터 하나의 조직에 연루되어 있었어." 김영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조직은 아주 오랫동안 특정 인물들을 조종하며,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지. 너희 두 사람은... 그 중심에 있었어."

지수는 충격을 받은 듯 의자에 힘없이 기대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실험 대상이 아니라... 계획의 일부였다는 거예요?"

박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처음엔 너희를 위험에서 보호하고 싶었어. 하지만 결국 조직은 너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 혼자 떨어지면, 목표가 되어버릴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너희를 만나게 하고, 기억을 조작하면서까지 계획대로 움직이게 했어."

나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럼 처음부터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던 거네요. 우리는 실험실의 쥐처럼, 당신들의 손에 놀아난 거였어요."

김영석이 조용히 말했다. "아니, 태민아. 우리는 네가 진짜 선택을 하길 바랐다. 지금 이 순간, 네 선택은 자유야. 너희가 함께할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걸 부정하고 떠날 건지.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너희가 떨어지는 순간 진짜 위험이 닥칠 거라는 거다."

지수는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엔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우리는 지금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든, 이 게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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