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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소설-너를 보내는 순간
    인터넷 소설/소설-10편완결 2025. 2.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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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별이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 몰랐다.

    "우리... 여기까지 하자."

    지수의 목소리는 떨림 하나 없이 차분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번지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오직 지수의 표정만이 선명했다.

    "갑자기 왜?"

    "이제 우리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그녀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지수는 한 발짝 물러섰다. 그 작은 움직임이 우리 사이의 거리를 확실하게 만들었다.

    "미안해, 지수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면 고칠게."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냥... 우리가 끝난 거야."

    지수는 마지막 미소를 남기고 돌아섰다.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내 심장도 갈라지는 것 같았다. 소리라도 질러야 했을까? 붙잡았어야 했을까? 하지만 그녀가 원한 게 이별이라면, 억지로 붙잡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끝났다. 적어도 그 순간엔 그렇게 믿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전히 지수를 잊지 못한 채 퇴근길에 올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내게 거리는 너무도 차가웠다.

    그때였다. 저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지수였다.

    그녀는 작은 카페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우리가 늘 함께 마시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녀도 나를 발견한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나와 헤어진 후 처음 보는 얼굴로.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아직 지수를 보내지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떠나 있었다는 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가 웃는 모습, 새로운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 나 혼자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SNS를 들어가 봤다. 우리의 추억이 가득하던 공간에는 이제 그녀와 새로운 사람의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관에서 함께 웃는 사진들.

    손가락 끝이 떨렸다.

    이건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초라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수를 붙잡을 수도,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고.


    몇 달 후, 나는 다시 일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출근하고, 운동하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갔다. 여전히 지수가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리움은 익숙해졌고, 덜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야."

    고개를 돌리자 지수가 서 있었다.

    예전처럼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제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는 정말로 보내줘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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